본문 바로가기
3. 기타 등등의 일상/3.1 웨딩

[웨딩박람회, 플래너] 결혼준비의 에필로그

by 하고 싶은게 많음 2023. 12. 6.

 

 

결혼 준비의 첫 관문 플래너 그리고 웨딩홀

두랍왕자와 결혼을 하기로 한 나. 그동안 나의 기조 '좋은 사람이 있으면 결혼한다. 하지만 결혼 자체를 위해 사람을 만나는데 노력할 생각은 없다' 만큼이나 결혼식, 결혼 이 자체에 별 생각이 없었다. 결혼이 내 삶에 필요조건이 아닌 관계로 친구들이 하나 둘 결혼을 하기 시작하고 청첩장 모임에 참석해 결혼 준비, 결혼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도 정말 '별'생각 없이 듣고 있었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정보 = 기억에 저장해 두지 않는다'는 공식이 있는 나에게 결혼준비에 대한 정보라고는 주변사람들이 해준 이야기 중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기억에 남아있는 정도가 다였다. 다시 말해 또래 여성에 비해 결혼 준비에 대해 굉장히 무지한 상태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결혼준비를 하자고 마음을 먹었을 때, 말 그대로 어디 만화 속에서 황량한 사막에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장면처럼 내 머릿속은 '...'인 상태였다. 허허참... 어쨌든 결혼준비를 하자니 평소에는 눈에 띄지도 않던 결혼 박람회 현수막을 떡하니 발견하고 그때 처음으로 '결혼 박람회라는 게 있구나. 저기 한 번 가봐야겠네' 하고 찾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결혼박람회에서 뭘 하는지 알아봤더니 결혼에 관련된 여러 업체들이 모여서 예비 신혼부부를 먹잇감으로 호객행위를 하는 뭐 그런 거란다. 

 

그래서 결혼 지식에 무지한 나는 기꺼히 한 마리 사슴이 되기로 했다. 동생한테는 아직 본격적으로 준비는 아니고 그냥 뭐부터 해야할지 감이 안 잡히니 정보만 얻으러 간다고 했더니 다들 그렇게 플래너 계약하고 오더라며 너도 별로 다르지 않을 걸이라고 표정으로 말하더라... 암튼 '나는 다르다. 나는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서 똑순이처럼 준비할 거야' 다짐하며 나는 내가 아주 영리한 육식동물이라는 착각의 늪에 빠졌다. 노련한 사냥꾼 눈에는 한 마리 어린 양이라는 것도 모른 채...

 

98 통이요...?

우린 이번에 절대 계약 안 할 거야. 정보만 얻고 알아보고 계약할 거야~ 박람회 가는 길 두랍왕자에게 내가 했던 말이다ㅋㅋㅋ. 허허 제가 이런 말을 했었더랬죠. 그런데 말입니다. 어쩔 수가 없었단 말 이죠..

 

박람회에 도착하니 각 업체별로 다양한 부스가 있었고 박람회장 중앙에는 카페처럼 책상이 그득했다. 책상에는 수많은 플래너님이 신혼부부를 상담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사전에 연락 온 플래너님과의 상담 차례 기다리면서 책상을 빙둘러싸고 있는 부스를 방문했다. 거기서 가전은 어떻게 어디까지 넣으실 예정이세요? 건조기? 스타일러?,, 예물은요. 웨딩밴드가 있고 가드링이 있고 어쩌고저쩌고 혼미 해질 때쯤 박람회 업체에서 너무 오래 기다리신다고 다른 플래너님을 통해 상담하시겠냐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뭐.. 우린 오늘 정말 상담만 하고 갈 거니까 ㅎㅎ 

 

플래너님을 배정받아 결혼 예정날짜가 언제고 얼마나 진행하고 계시냐는 물음에 솔직히 말씀드렸다. 우린 1도 몰라요ㅎㅎ 다행히 친절한 플래너님께서 결혼준비의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해 주셨는데, 멍하니 들으며 '모든 결혼하는 커플들은 다 이렇게 복잡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는 걸까... ' 이런 생각만 들었다. "근데 제일 먼저 하셔야 하고 가장 중요한 게 웨딩홀이에요.. 코로나 이후로 웨딩홀이.." 플래너님의 말에 정신이 반쯤 혼미 해질 때쯤 오늘 플래너님이 담당한 커플이 원하는 웨딩홀을 예약상담하기 위한 예약을 하려고 통화한 내역을 보고 결심했다(거기에는 한 번호로 98통이 찍혀있었다...)... 내가 여기서 플래너님을 고르고 웨딩업체를 고르고 할 때가 아니구나.. 앞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선택지가 있을 텐데 여기서부터 재고 따질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요.. 그래서 덜렁 계약하고 왔어요(+ 스드메)

결혼 준비 과정을 설명해 주실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플래너님은 말씀하시는 것부터 꼼꼼한 스타일 같았다. 굉장히 젊어 보이셨는데 결혼하시고 아기까지 있다고 하셔서 놀랐다. 특히나 두랍왕자는 결혼하신 분한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플래너님이 자리를 비워주신 사이에 두랍왕자와 이야기를 해본 결과 플래너분도 좋으신 분이고 꼼꼼하게 일을 잘하실 것 같으니 이 분께 도움을 받는 쪽으로 결정했다.

 

신기하게 계약은 스(튜디오)드(레스) 메(이크업) 계약으로 진행됐다. 각 각 원하는 드레스, 스튜디오, 메이크업 스타일을 정하고 콘셉트에 맞는 업체를 계약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되었다. 스드메도 정하는 요소가 매우 많았는데 정확하게 한 업체를 계약하기보다는 컨셉에 맞는 업체들을 나열하고 업체들 중 최저가를 기준으로 전체 예상 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건다.

 

현장에서는 이런 식으로 계약하고 나중에 플래너님이 카톡방을 만들어주시면, 해당 업체 인스타에 들어가 원하는 스타일과 콘셉트를 신중히 정하고 스튜디오와 메이크업 업체뿐만 아니라 담당직원까지 정한다.(생각보다 여기에서 생각보다 추가금액이 많다..) 또 스튜디오와 메이크업과는 다르게 드레스는 추천받은 업체 중 드레스 투어를 할 업체를 선정해서 직접 드레스를 입어보고 업체와 드레스를 결정하는 식이다.

 

스드메 계약을 통해 플래너님과 함께 하기로 하고 나오는 길, 계약서를 들고 두랍왕자와 나는 멋쩍게 웃어버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