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나에게는 반려동물과 함께 앞으로 쭉 함께할 반려인이 있다. 주변친구들에게 남자친구와 만나게 된 경위를 알려주면 소설 한 편 뚝딱이라고 할 만큼, 어디 영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처럼 만나게 된 남자친구이다. 극 T인 나도 인정할 만큼 우연과 예외사항이 겹쳐져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친구와 나는 가치관과 생각이 매우 비슷해서 같은 방향, 같은 그림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남자친구는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다. 처음 봤을 때의 소회를 말하자면 '바른 생각, 건강한 가치관!'이 99%이다. 객관적으로 얼굴이 잘생겼는데 각자에게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되기로 하고 첫 데이트? 첫 만남 때 느낀 각자의 첫인상을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진짜 남자친구의 얼굴이야기는 싹 빼고 '가치관, 생각이 진짜 좋았다. 그래서 한번 더 만나 볼까 생각했었다' 이런 이야기를 했었는데, 본인은 얼굴이야기가 없어서 좀 섭섭해했다. 나한테 멋져 보이고 싶었다나.
그러나 나한테 외모는 평균 수준이기만 하면 별로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이건 대학생 때부터 있었던 일련의 사태들을 보고 배워서 나온 결론인데 아무튼.. 좀 늙은이 같이 표현해 남자 얼굴 뜯어먹고 살 것도 아니고, 잘생긴 남자는 다 얼굴값을 한다가 내 지론이었다. 실제로 봤을 때도 잘생겼네는 1초 정도 지나가는 생각이고 남자친구가 대화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성격과 마인드에 홀렸다. 이런 사람이 있다니.. 이런 느낌
같고도 다릅니다.
하지만 분명, 남자친구와 나는 다른 점도 있다. 사물과 상황을 건조하고 냉정하게 바라보는 나와는 달리, 남자친구는 F성향이 낭랑해 같은 것을 보고도 따뜻하고 친화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또 누나들의 영향으로 여성적인 모습도 있다. 이점 때문에 초반에 편견에 가득 찬 나의 오해가 약간(?) 있었던 적도 있다ㅋㅋㅋ 물론 본인이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궁금증을 해소시켜 주긴 했다.
유명한 로맨스 영화 장면이 포함된 플레이리스트가 흘러나오는 분위기 좋은 음식점을 가도 반응이 다르다.
나는 분위기가 좋아도 감상평이 '분위기 좋네'가 전부, 진짜 맛있어야 맛집 지도에 등록된다면,
남자친구는 이미 분위기에 흠뻑 빠져 벽면에 투사되는 로맨스 장면을 찍기 바쁘다. (모든 장면을 촬영하려고 하길래 '그냥 영화를 다시 보지 그래?' 이랬다가 그게 아니란다. 여기 이 시간, 이 장소에 나와 함께 있는 분위기를 기록하고 싶다는데 그냥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런 다른 점이 싫지 않다. 내가 갖지 못한 성격이라 더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평소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습과 지향하는 바를 투영시키면, 그 총합은 남자친구라고 생각한다. 항상 배울 점이 많은 성격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로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남자친구의 성격을 학습은 할 수는 있을지라도 거기에 결코 도달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다정한 편이고 표현도 잘해주는데 받은 만큼 해주자니 나는 무형의 재갈을 쓰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표현이 좀 극단적이긴 한데, 정말 사랑표현이 쉽사리 남자친구만큼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자라온 환경과 내 성격이 어떠한 굴레처럼 작용하는 느낌? 그렇다고 내가 이상한 환경에서 자라온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남자친구를 만나면 지극히 단순했던 내 생각이 역동적으로 변한다. 남자친구로 인해 나의 장점도 새로 알게 되고 내가 이제까지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점도 갑자기 단점처럼 보이기도 하는 등 끊임없이 자아성찰을 하게 한다. 배울점이 많고 내 스스로를 더 가꾸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내 남자친구이다.
암튼 나는 사회화된 T라고 자부(?)하고 당연히 내 남자친구가 마음을 다치는 일은 원치 않기에, 남자친구의 섬세한 감성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사실 그렇다기에는 다정한 내 남자친구가 이런 나를 이해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ㅎㅎ) 잘 만나고 있는 중이다.
두랍왕자 첨가물 : 아랍 99.99%+ 두부 0.01%
섬세한 내 남자친구의 별명은 두랍왕자이다. 두랍왕자의 외형을 설명하자면 이목구비가 매우 뚜렷한 편이다. 내게 구체적으로 이렇다 할 이상형은 없는 편이지만 이제껏 괜찮다고 생각한 연예인들을 나열해 보면 하나 같이 두부상이었다. 이런 이야기들을 사전에 한 상태에서 어느 날 남자친구를 봤더니 웬 아랍인이 서 있더랬다.(그날따라 수염이 좀 자랐...)
그래서 아랍왕자라고 놀렸는데, 여기서 아랍 '왕자'가 된 이유는 그냥 나의 아랍에 대한 무지와 편견(?)때문이다. 아랍 하면 생각나는 게 석유, 아랍왕자, 만수르 뭐 이런 거밖에 없어서 별생각 없이 왕자를 붙여줬더니 '아랍' 부분에서는 매우 속상해하고 '왕자'부분에서는 마음에 들어 하는 이상한 반응이 오더라.. 본인은 그래도 쌍꺼풀이 없으니 완전한 아랍상은 아니다. 두부상이 섞인 두랍왕자로 해줘라.. 열의를 다해 항변하기에 두랍왕자로 불러주기로 했다. 물론 두부향은 집중하고 잘 맡아야 한다. 두부향이 살짝 첨가된 아랍'왕자' 정도로 타협해 두랍왕자가 되었다.
두랍왕자와 결혼 준비 ing
그래서 두랍왕자와 나는 왕자가 등장하는 소설의 결말이 으레 그렇듯 결혼하기로 했다. 물론 우리는 결말이 아니고 이제야 소설의 기승전결 중에 '기'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의 결혼 특히 결혼'식'에 대한 생각은 꽤나 적나라하게 건조하고 별생각이 없다. 로망도 1도 없다. 내게 결혼식 = 양가 부모님의 행사, 청첩장 수금행사... 뭐 이 정도. 정작 결혼식에 가서 친구에게 축하인사를 하면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부들은 입꼬리를 한껏 올린 채로 복화술로 '나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배고파. 새벽 5시에 일어났어. 다리에 감각이 없어' 뭐 이런 이야기를 하는 묘기를 보여주더라.. 사실 극단적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한 시간 정도의 시간에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결혼식을 하지 않아도 양가부모님과 둘만의 약속과 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갑자기 두랍왕자가 이 글을 보고 슬퍼할까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결혼의 수많은 단계 중 결혼식, 스드메 이쪽보다는 실질적으로 남는 두랍왕자의 맞춤양복, 커플링, 가전, 신혼여행 또 신혼여행 그리고 신혼여행 이런데 관심이 더 많다. 그렇다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튀지 않고 평범하게 살기를 희망하는 나로서는 최대한 단정하게 무사히 평범한 결혼식을 치르는 게 목표이다.
물론 내 블로그 포스팅은 지극히 나의 관심사가 투영될 예정이지만ㅎㅎ 하지만 결혼 준비는 결혼식 로망(심지어 프러포즈 로망도 있었다!)이 있고 신부 꾸미기를 좋아하는 두랍왕자와, 두랍왕자의 양복, 커플링, 가전, 신혼여행에 관심이 많은 내가 마치 리스크가 헷지 된 포트폴리오처럼 관심사의 총량이 비슷하니 잘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ㅎㅎ 섬세한 디테일은 두랍왕자가 큰 골격은 내가 하는 걸로^^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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