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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타 등등의 일상/3.2 일상

블로그 시즌2와 우리집 강아지 몽실이

by 하고 싶은게 많음 2023. 11. 11.

대망의 블로그 시즌2 릴리즈

블로그를 시작한 지도 거의 1년이 다 되었다. 직무에 대한 고민과 남들이 다 한다는 사이드 잡이라는 그럴듯한 이유, 그리고 내 일상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한데 모여 정체성이 불분명한 채로 개설한 블로그.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제목처럼 정말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이것저것 하다가 비공개로 돌리거나 삭제한 글도 더러 된다.

 

글을 삭제한 이유는 혹여나 사생활이 드러날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물론 세상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이 없음은 나도 잘 안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남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고 싶지도 않고 내 사생활을 남에게 공개하고 싶지도 않은 심리가 존재하는데, 같은 이유로 SNS도 어느 순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사실 정말 가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내 생각과 일상을 남에게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다. 그래서 블로그의 정체성을 정보성 글 제공으로 잡고 약 11개월 가까이 운영해 왔는데, 언젠가부터 콘텐츠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결국 언젠가부터 블로그의 정체성에 대한 중대한 고민의 시간을 겪다가 결심했다. 내 블로그는 내맘대로 하기로! 그리고 블로그 시즌2를 릴리즈 하기로.

 

이제부터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게 많은 내 블로그에는 정보성글에는 네이버 낚시성 글에 나오는 세상 친절하지만 아무랑도 안 친할 것 같은 말투가, 일상 기록 글에는 내 찐 말투가 한데 혼합된 짬짜면이 될 예정이다. 

 

 

 

 

우리집 사랑스러운 강쥐를 소개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여유로운 주말  카페에서 쿠키를 노리는 몽실이와 함께

 

그래서 고민한 블로그 시즌2의 첫 게시글. 고민 고민하다가 우리 집 사랑둥이 몽실이(찐 이름은 아니다. 아직도 내 찐 일상을 모두 공개하기에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ㅠㅠ)부터 소개하기로 했다.

 

사랑스러운 반려견! 우리집에도 짱 귀여운 강쥐가 한 마리 있다! 검은콩을 세 개 박아 넣은 것 같은 몽실이 같은 이 아이는 몽총&불쌍해 보이는 게 매력포인트로 번식장에서 구출해 온 사연이 있는 아이다. 몽실이를 데려와 사랑을 준지 거의 2년이 되었는데 처음부터 집 강쥐로 있었던 사랑받는 강쥐와는 거의 50% 가까이 유사해진 것 같다. 

처음 만난 몽실이 아주 작고 깡마른채로 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몽실이는 임보를 통해 만나게 되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는 온몸에 수술 상처를 달고 구석에서 움직이지도 않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였다. 존재감이 없다는게 어떤 건지 몽실이를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수술 회복기라 몸이 많이 아플 텐데도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우리가 자세를 바꿔주기 전까지 구석에서 가만히 웅크려 있기만 했다.

 

당연히 사회화 시기도 놓쳐서 기본적인 교감도 힘들었다. 냉정히 생각해 봤을 때 몽실이는 사실 입양이 어려운 아이였다. 대소변을 가릴 줄 모르고 아픈데도 많고 기본적으로 반려견을 키우면 으레 기대하는 사람과의 교감이 힘든, 상처가 많은 아이 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과 이미 사랑해 버려서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이 섞여 임보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입양을 결정하게 되었다.

 

몽실이로 다시 태어난지 2년, 우리 몽실이는 지금

2년이 지난 지금, 몽실이는 대소변을 가리려고 노력한다.

야외 배변을 좋아하고 실내 배변 시에도 화장실이나 배변 패드에 대소변을 가리려고 노력한다. 조금 높은 빈도로 발매트를 배변패드로 착각하기도 한다ㅎㅎㅎ 덕분에 역설적이게도 우리 집에서 발매트가 가장 깨끗하다 ㅎㅎ

 

또 몽실아 하고 부르면 나랑 눈을 맞추기도 하고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도 바짝 올리기도 할줄 알게 되었다. 수많은 간식 조공 끝에 "손"하면 마지못해 손을 주기도 한다. 자동 급식기를 사용 중인데 급식시간이 다가오면 삼십 분 전부터 급식기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가끔 본인이 원하는 게 있다면 앞발로 나를 부르기도 한다.

책상위의 몽실이. 책상 위 방석에 있다가 더우면 맨 책상위로 위치를 바꾼다.

또 가장 큰 변화는 항상 곁에 있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재택기간에 우리집에 와주어서 거의 24시간을 같이 있었는데, 눈을 떼지 않으려고 근무 중에는 몽실이를 항상 넓은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덕분에 지금도 몽실이는 내가 책상에 있거나 하면 본인도 책상에 올려달라고 소심하게 조르는데(발밑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나를 앞발로 긁는다 ㅎㅎ) 책상 위에서 나를 바라보다가 잠드는 몽실이의 모습은 정말 사랑스럽다.

산책 중 냄새를 맡기 시작한 몽실이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올릴 줄 알게된 몽실이

꼬리를 흔드는 법, 짖는 법, 반기는 법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몽실이는 나름대로 기분을 표현 방법은 찾았는데,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바짝 올리고(기분에 따라 꼬리의 각도가 다르다 ㅎㅎ) 짖는 법 대신 앓는 소리?를 내 의사를 표현한다. 또 귀가시에는 소심하게 주변을 서성거리며 코를 살짝 찍고 가는 귀여운 귀가 인사를 해주기도 한다.

 

 

 

 

 

 

 

짖지 않는 강아지 몽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몽실이에게 번식장의 휴유증은 짙게 남아있다. 몽실이는 절대 짖지 않는다. 너무 조용해서 처음에는 성대 수술을 의심했었는데 집에 온 지 얼마 안돼 자면서 울부짖듯이 짖는 몽실이를 발견하고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울부짖는 소리가 너무 슬프게 느껴져 자는 아이를 깨워 한참 쓰다듬고 진정시켜 줬다. 짖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건지 아니면 일종의 실어증인 건지 모르겠지만 몽실이는 아직도 짖기 만큼은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도 마음의 상처가 남아있어서 짖지 않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아프다.

 

또 가끔 이불에 실수를 하기도 한다. 몽실이가 처음왔을 때도 대소변을 잘 가리진 못했지만 절대로 침대나 이불에는 실수를 하지 않는데 한 번씩 벌벌 떨면서 이불에 실수를 할 때가 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불안해졌거나 옛날생 각이 났을 거라고 추정하는데 그럴 때는 혼내지 않고 가만히 안아준다. 떨림이 잦아들 때까지. 

 

몽실이가 우리집에 와서 더 사랑을 받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우리 집 강쥐의 목표는 똑쟁이 강아지도 윤기 흐르는 털을 가진 예쁜 강아지도 아니다. 건강한 정상 강쥐가 되기! 

 

몽실이가 행복한 기억을 많이 쌓아서 나중에는 쓰다듬받고 싶다는 사소한 욕구에 '멍!' 할 수 있는 강쥐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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